
로스터리에서는 이번달부터 팩시밀리(Facsimile)라는 월간 커피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라이언 브라운(Ryan Brown)과 스캇 라오(Scott Rao)가 만든 팩시밀리는, 매월 4종의 로스팅된 원두와 생두를 구독자들에게 보내주고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함께 버추얼 커핑을 진행하는 서비스예요. 출시 첫 달인 3월에는 라이언과 스캇이 출연했고, 4월부터는 라이언과 게스트 커퍼 한 명이 번갈아가며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Improve your skills, calibrate scores with experts, and gain insights about origins, processing, and samples.
위 문구는 팩시밀리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건데, 이 서비스를 통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느냐에 대한 라이언과 스캇의 대답이 담겨 있습니다. 로스터리 팀이 기대한 바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업계 탑 레벨의 커퍼들이 어떻게 커피를 평가하는지 정기적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라이언과 스캇이 다루는 생두와 그들이 함께 일하는 업체들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어요. 여기에 '스캇 라오 vs 케이브의 로스팅 비교 스터디'도 하고 싶었고요. 케이브가 스캇 라오와 로스팅 관련 논의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구독할 만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실제로 경험한 4월의 팩시밀리가 어땠는지 궁금하실텐데요. 이번 달에는 에콰도르 커피 2종과 케냐 커피 2종을 받았어요. 테이스팅 해 보니 품질 좋은 커피들이었지만, 우리의 커핑 테이블에도 종종 올라오는 레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스터리의 생두소싱을 담당하는 로사는 '우리가 평소에 괜찮은 수준의 샘플들을 받고 있구나'하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해요.
아래는 우리가 이번에 팩시밀리로부터 받은 커피 4종입니다.
재밌게도, 케냐 Gatomboya의 경우 우리가 레드 폭스(Red Fox Coffee Merchants)로부터 이미 구매한 커피더라고요. 다들 반응이 시큰둥해서 케이브가 열심히 우리를 설득해야 했던 커피였는데, 팩시밀리에서도 좋은 커피라고 생각했는지 89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주었어요. 케이브가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고, 린다와 포니도 얼마전부터 정기적으로 커핑에 합류하게 되어 앞으로도 계속 좋은 커피를 잘 고를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우리가 이미 구매한 커피를 업계 탑 레벨 커퍼들이 평가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참 흥미로웠습니다.
주의 깊게 보신 분들은 알아차리셨겠지만, 첫 번째 커피를 제외하곤 다 '레드 폭스'의 커피들이죠? 지난 주 소이의 뉴스레터를 읽어보신 분들은 아실텐데, 이번 4월 팩시밀리 유튜브 라이브의 게스트는 레드폭스의 에콰도르 세일즈 리드인 개비(Gabby Wright Deserre)라는 분이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번 달 커피 중 3종이 레드 폭스의 커피로 구성되었던 거죠. 로스터리 팀에겐 사소하지만 재밌었던 에피소드입니다 :)
위 커피 중에 뜨거운 감자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세 번째 에콰도르 커피였어요. 데릭과 로사, 케이브는 이 커피에 대해 각자 다른 인상을 받았는데요. 우선 라이언과 개비는 이 커피에 88-89점의 높은 점수를 주더라고요. 라이언은 식으면서 이 커피의 복합성이 드러나서 더 점수를 높게 되었다고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요. 저는 이 커피 참 좋았습니다. 블랙커런트나 은은한 꽃향 같은 게 온도가 식은 후에 좋게 느껴지더라고요. 로사는 이 커피를 통해 에콰도르 커피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고 하고요. 케이브의 경우는 저희와 사뭇 다른 소감을 이야기했었는데요. 89점이라면 COE 상위권에 해당하는 점수인데 그 정도 커피인지 아직은 판단이 어렵다는 의견이었어요.
곁다리 이야기지만, 저는 이 에콰도르 커피를 커핑으로 3번, 브루잉으로 3번 마셨는데요. 희한하게도 위에 언급한 좋은 과일향을 커핑에서만 느낄 수 있었어요. 분쇄를 다소 굵게 하고, 추출 시간을 짧게 가져가는 브루잉에서 끄집어내지 못하는 향이라는 게 있는 걸까요? 아니면 저의 착각이었을까요? 사실 여부를 정확히 알긴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흥미로웠습니다.